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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ble

현대산업개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by 린고_ 2022. 2. 11.

사고는 언제나 일어난다

현대산업개발 본사 (사진: 현대산업개발)



세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설업에 종사하던 나에게 이번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남편에게 몇 번이나 물었다, 저런 사고가 어떻게 가능한 거냐고.
언제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곧 돈이고, 발주처는 돈을 아끼기 위해 공기를 줄이고 또 줄였던 것 같다.
무리한 공기에 하도급 업체들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던 것.
기사에 많이 나와 있겠지만…
겨울에 콘크리트는 잘 굳지 않는다. 콘크리트는 온도가 높을 때 빨리 굳고, 낮을 때는 빨리 굳지 않아서 열풍기를 쐬어주며 시간을 충분히 줘야 양생이 된다. (굳는다)
그런데 이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가 양생 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동바리를 철거해버렸다고 한다.
사고가 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큰 재산피해까지 낸 데다가,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떼자, 시공사 선정을 철회해버리자 등등…
영업정지를 한다 뭐다 하고 말이 많은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따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0983055

HDC현산, 보이콧 우려 속 안양 '관양현대' 시공권 따내

기사내용 요약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후 첫 수주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로 정비사업 시장 퇴출 여론까지 일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안양시 관양동

n.news.naver.com


회생하지 못할 거라고 모두들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시공권을 따낸 아파트는 관양 현대 아파트로, 현대산업개발의 전신인 한국도시개발이 시공한 단지라고 한다.
세대수는 1313세대로, 공사비는 4174억원 규모다.

이번 시공사 선정에는 롯데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축을 벌였다.
아마 롯데건설은 현산 사고와 함께 여론이 모두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며 내심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현대산업개발의 승.
509표 대 400표였으니, 꽤 차이가 났다.

기사를 읽어보니 현산이 죽지 않기 위해 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산에서 내건 조건으로는,
1) 사업추진비 세대당 7천만원 지급
2) 월클 설계
3) 평당 4800만원 기준 일반 분양가 100% 반영
4) 안전결함 보증기간 30년 확대
5) 매월 공사 진행 현황 및 외부전문가를 통한 안전진단 결과 보고

등등인데, 3번 항목이 놀랍다. 평당 4800만원을 적용하면 84m2기준으로 분양가가 16억3200만원이다.
현재 인근 아파트의 최고 실거래가가 약 15억원 정도라, 결코 저렴한 분양가가 아니다.
만약 입주 시기에 미분양이 나거나 집값이 떨어진다면, 현산이 금액을 다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은 좋겠구만.
게다가 큰 사고 후 시공권을 따낸 첫 아파트니까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짓겠느냔 말이다.

이 다음에는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에서 현산과 코오롱글로벌의 경쟁이 있다.
공사비는 2826억원 규모.
코오롱이면 하늘채인가? 이번에도 이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현산의 주식은 곤두박질을 쳤다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 상, 이런 큰 일도 1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지…
(강남이었다면 조금 달랐겠지만)

어쨌든… 같이 건설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써 직원들이 얼마나 심란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보통의 직원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회생의 기회가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한 책임이 있는 자는 꼭 상응한 대가를 받았으면 한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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